자전거 국토종주 1일차(2014년)

3박 4일 동안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가 자전거를 타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는 분들은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교 시절부터 자전거로 여기저기 떠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자전거 국토종주길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바로 인터넷으로 자세한 정보를 검색했고, “자전거 행복나눔”이라는 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인천에서 출발하여 부산까지 자전거로 달리는 루트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제 인생의 최고의 도전이라고 생각했고, 곧바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자전거와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고, 수첩을 사러 낙동강 하구둑까지 갔습니다.

수첩에는 자전거 국토종주길에 있는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수첩에 있는 모든 스탬프를 다 찍어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부산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인천공항행 리무진 버스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새벽 3시 3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공항철도를 타고 검암역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전거길로 들어가서 서해갑문에서 첫 스탬프를 찍었습니다. 이제 제 자전거 국토종주 여행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국토종주 1일차.

자전거 국토종주 한강을 달리다.

첫 날에는 인천에서 춘천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총 거리는 약 150km였습니다. 저는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정서진에 도착했습니다. 정서진은 제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검암역에서 정서진으로 이동하는 동안 아침 일찍 문을 연 식당이 없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조금 쉬었다가 사진을 조금 찍고 출발합니다. 한강갑문으로 가는 자전거길은 양탄자 위를 달리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신나게 달리니 눈깜짝할 할 사이에 한강갑문인증센터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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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길의 천국. 한강

자판기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하나 마시면서 숨을 고릅니다.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재밌습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를 향했습니다. 여의도에 도착하니 국회의사당이 보였습니다. 실물로는 처음 보는 국회의사당에 감탄했습니다. 여의도 인증센터에서 스탬프를 찍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잠시 후, 63빌딩을 보고 또 감탄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기차를 타고 지나가며 봤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더 멋있었습니다. 달리던 자전거를 세우고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멋있습니다. 배가 고파오는데 어디로 갈 지 모르겠습니다. 보이는 것은 편의점밖에 없습니다. 반포까지가서 반미니에서 아침을 먹기로 합니다.

반미니는 서울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많이 들르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편의점으로 바꾸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인력사무소에 버금갈 정도로 북적거리는 곳이었습니다. 김밥과 컵라면을 먹었는데, 김밥은 별로 맛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배는 부르니까 다행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아침의 한강을 느끼며 여유를 부립니다. 운동을 하러 나온 서울 사람들이 세련되어 보입니다. 다음 인증센터는 광나루입니다.

광나루는 예전에 사랑했던 그녀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었습니다. 광나루로 가는 길이 두근 거렸습니다. 광나루의 모든 것이 반갑습니다. 강가에 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자리를 찾아보니 너무나도 많이 변해있어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짜증나는 따가움의 햇살을 느끼며 그렇게 광나루의 향기를 느끼며 잠시 쉬었습니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저씨는 안양에서 왔다고 하셨습니다. 자전거를 샀는데 너무 힘들어하셨습니다. 국토종주 중이라고 하니 신기해 하셨습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며 이것저것 물어보십니다. 갈 길이 멀어 아저씨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저를 따라오십니다. 아저씨와 같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빨리 달려서 아저씨를 떨쳐버리고 싶었습니다. 마침 앞에 아이유고개가 나왔습니다. 아이유 고개를 보자마자 열심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아이유 고개는 3단으로 이루어진 고개였습니다. 1단, 2단, 3단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계속 따라오셨습니다. 아저씨를 내리막에서 거리를 더 벌려서 못따라오게 만들기로 합니다. 역시 아저씨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아저씨가 포기한 듯합니다. 고개를 넘으면서 체력을 써버렸기에 마침 나온 그늘에서 쉬었습니다. 엉덩이를 벤치에 붙이자마자 웃음이 나옵니다. 안양아저씨가 또 왔습니다. 제가 앉아 있는 벤치에 와서 같이 쉽니다. 아저씨에게 집에 가라고 권유했지만, 아저씨는 저와 같이 팔당까지 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난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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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자전거길

함께 달리니 팔당도 금방 도착합니다. 팔당에서 초계국수를 먹고 싶었는데, 아저씨는 국수를 싫어하셨습니다. 그래도 제가 초계국수집으로 들어가니 따라 오십니다. 초계국수를 주문했고, 아저씨는 들깨 칼국수를 주문했습니다. 국수는 시원하고 쫄깃하고 새콤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 더위를 시원한 초계국수가 한 방에 날려버립니다. 지금은 초계국수가 세상에서 제일 맛없지만, 이때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길동무에게 식사도 대접하고 나쁘지만은 않은 여행입니다. 안양 아저씨는 이제 많이 지쳐보이기에 바로 돌아가라고 해보았지만, 능내까지 가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십니다. 능내역에서 안양 아저씨에게 함께해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이별했습니다.

능내역에서 도장을 찍은 후, 얼마 못 가 북한강철교가 나타났습니다. 춘천으로 가야하기에 북한강철교를 건너지 않고, 그 전에 북한강자전거길로 빠지는 길로 갑니다. 북한강자전거길은 춘천까지 이어집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북한강 옆 자전거길은 환상 그 자체입니다. 물의 정원을 지나니 북한강 자전거길은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는 도로였습니다. 점점 올라오는 더위에 몸이 지쳐 샛터 삼거리 인증센터에 도착해서는 몸이 너무 피곤해졌습니다. 조금 더 가니 편의점이 있어서 시원한 콜라를 마시면서 더위를 식혔습니다.

춘천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허벅지에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춘천에서 닭갈비를 먹어야 했기에 패달을 밟기 시작합니다. 콜라의 당이 에너지가 되었는지 힘이 조금 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일까요? 엉덩이에서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아직 갈 길은 먼데 하필이면 엉덩이 통증이 생기니 당황스러웠습니다. 바쉐린을 발라보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이 당시에는 왜 엉덩이가 아픈지 몰랐는데, 이유가 빕숏의 패드와 땀에 젖은 엉덩이가 마찰을 일으키며 뽀송뽀송한 엉덩이가 까져버린 것이었다. 빕숏의 사이즈가 살짝 컸나 봅니다. 엉덩이의 고통이 점점 심해져 집에 갈까하는 생각을 할 때 또 편의점이 나와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쉬다보니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부터 춘천까지의 추억은 고통의 시간만 있습니다. 자전거를 더 이상 타지 못하고 끌고도 가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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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닭갈비

춘천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숙소를 잡으러 가면서 닭갈비 식당이 나오면 먹고 갈 생각입니다. 역시나 식당은 나오지 않습니다. 숙소를 춘천역 근처 소양강호텔로 잡았습니다. 직원분도 친절하고 자전거도 당시 방안에 둘 수도 있었습니다. 도저히 닭갈비를 먹으러 나갈 힘이 없어서 치킨을 주문하였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치킨이 도착합니다. 김준호씨가 광고 모델이었는데, 매운 양념통닭을 주문했더니 캐사이신 범벅이여서 몇 조각 먹다가 속이 쓰려서 먹지도 못하고 지쳐서 그대로 잠들어 버립니다. 국토종주 첫 날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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